블루크랩(blue crab)의 이태리 침공
지중해가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전세계 바다 가운데 가장 심한 기후 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해저의 포식자인 블루크랩(blue crab)이 널리 퍼지고 다른 수산생물들은 줄어들어 지중해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원래 블루크랩은 미국 동부 해안에서 서식하던 학명 ‘Callinectes Sapidus’인 꽃게로 우리나라의 꽃게와 똑같이 생겼지만 다리에 푸른색을 많이 띠고 있는 것이 조금 다르다. 지금은 전 유럽에 퍼져 있는데, 선박의 평형수를 통해 대서양을 건너 간 것으로 추측되며, 이태리는 물론 알바니아, 스페인, 프랑스까지 지중해 바다 전역에 창궐하고 있다.
블루크랩은 맛이 좋아서 식용으로 쓰이지만, 한국의 꽃게에 비해 감칠맛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태리는 유럽 최대의 조개류 생산국이며, 중국과 한국 다음으로 많은 조개류를 생산하는 나라다. 알다시피 이태리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파스타가 ‘봉골레 파스타’이다. 봉골레(vongole)는 이탈리아어로 보통명사인 ‘조개’를 뜻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봉골레를 주문하면 가게마다 다른 조개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이태리 북동부, 특히 베네토 주(Regione del Veneto)에서 블루크랩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들은 장어, 조개, 홍합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특히 어린 조개를 좋아해서 치패의 90% 이상을 잡아먹는 바람에 베네토 주는 '블루크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림부 장관은 지난주 꽃게 퇴치를 위해 290만유로(약 4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한다.
한국에도 외래종 청게(톱날꽃게)가 들어왔지만 이태리와 반대로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 꽃게과에 속하며, 뻘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동남아에서는 머드 크랩(mud crab)이라고 부른다. 청게는 1년만에 500g 크기가 될 정도로 빨리 자라기에 어민들에게는 고부가가치 소득원으로 꼽힌다. 가격은 영덕대게보다 저렴해 4~5만원/㎏ 정도인데 맛은 그에 못지않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청게는 2010년 부산시가 종묘 생산에 성공해 2014년에는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부산시는 청게의 포획금지체장과 금어기를 정하였다. 갑장 6cm 이상만 잡을 수 있고 금어기는 10월 25일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이다. 외래종을 보호하기 위해 포획금지체장과 금어기를 정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부산시는 청게의 개체수를 늘려 영덕군 대게나 울진군 대게처럼 특산물로 키우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태리에 간 블루크랩이 한국으로 왔다면 청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생긴 것이 훨씬 이쁘기도 하지만 1인당 게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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