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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동행

100만 세대의 미래 먹거리

by 아이조코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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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세대의 미래 먹거리


워런 버핏 ( Warren Buffett ), 조지 소로스 ( George Soros ) 와 더불어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 Jim Rogers ) 는 " 한반도 블루오션은 관광과 농업"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2019 년 2월26일 인터뷰)

그는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 에서도 한국은 농업과 관광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산업, 어업, 의류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의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의아하게 생각한다.

우리 식탁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이 차지한 지 오래고, 한약재 등도 중국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짐 로저스는 뭘 몰라서 엉뚱한 말을 한 것일까. 우리는 2019 년 8 월 말 중국 베이징과 따리엔을 다녀왔다.

방문길에 중국 농업 기반시설이나 농수산 식품의 유통을 보면서 짐 로저스가 말한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아울러 이런 인식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꼭 챙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로저스가 한 말을 제대로 인식해 준비한다면 농업과 수산업은 네덜란드 등에서 그렇듯이 한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뒤처진 산업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595 만 명으로 중국 도시 인구 순위에서 50위 정도인 따리엔은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바다와 산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아름다운 해양도시이자 관광도시로 이름이 높다.

2019 년 8 월 말 싼빠광장에 있는 까르프에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그곳에서 발길을 붙든 곳은 신선식품 매장과 쌀 매장이었 다.

놀라운 것은 쌀의 가격이었다.

보통 5 킬로그램 단위로 팔리는 쌀은 보통 50 위안에서 최고 160 위안이었다.

한국에서도 먹는 자포니카는 물론이고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종도 비슷했다.

한국에서 비싼 편에 드는 '농협 임금님표 이천 쌀' 10 킬로그램 들이가 4 만 원에 팔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중국의 쌀값이 훨씬 비싼 것이다.

중국에서 10 킬로그램에 320 위안(한화 5 만 4,000 원 정 도)에 팔리는 아키바리 쌀도 한국에서는 훨씬 싼 3 만 1,000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이미 보편적인 흐름으로 보는 게 맞았다. 쌀 뿐만이 아니었다.

양파나 마늘 같은 양념류나 감자 등 채소류도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중국 농산물의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게 올라온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중국에서 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우리 일행은 중국 농수산식품의 유통을 총괄하는 중량그룹의 쌀 가공기지를 방문하면서 중국 농산물 가격의 흐름을 일부 파악할 수 있었다.

중량그룹은 포브스 ( Forbes ) 지 선정 세계기업 순위에서 122 위 로 미국, 브라질에 식량 전용 항구를 갖춘 거대한 기업이다
( 2018 년 기준 )

자체적으로 쌀과 식용유 중심인 브랜드 푸린먼을 비롯해 샹쉐, 창청와인, 따위에청, 멍뉴 등 10 여 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중량그룹의 쌀 부분을 총괄하는 곳은 본부지만 그 중심기지는 주요 쌀 생산기지이자 동북 3 성의 관문항인 따리엔에 있다.

고구려의 비사성이 있었던 따헤이산 ( 大黑山 ) 에서 내려다보이는 따리엔신항 내 중량그룹 쌀 가공부는 생산, 관리, 저장, 유통 등 모든 과정이 초현대식으로 갖추어져 있었다.

도정 공장 역시 로봇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우리와 동행한 한국의 전문가 그룹 역시 이미 한국의 관리 능력을 넘어섰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내부에는 실험실 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쌀이 따리엔을 통해서 거래된다면 채소류는 칭다오나 옌타이, 웨이하이, 수광 등 산동성 지역이 생산과 거래의 중심지다.

따리엔 까르푸에서 팔고 있는 채소의 원산지도 대부분 산동성 수광시였다.

산동반도의 중북부에 위치한 수광시는 웨이팡시 관할 자치시로 채소 하이테크 시범단지, 생태농업관광단지 등이 말해 주듯 중국 채소류의 중심기지다.

특히 최근에는 유기농 농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지역이다.

중국 농업의 최근 흐름은 유기농은 물론이고 스마트팜 등 4 차 산업혁명과 결합한 농업에서도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입지 환경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어서 스마트시티 발전을 선도하는 저지앙, 항저우 등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성정부 산하 농업데이터센터가 농업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지리정보 시스템 등 IT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또 허마센성이라는 첨단 식품 유통망을 갖춘 알리바바도 헤이 롱지앙 성정부와 스마트팜, 인클루시브 금융 ( 普惠金融, Inclusive finance ) 등을 포함한 협력을 체결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징동( 京東 ) 역시 지난해 5 월 농업기업인 베이다황 ( 北大荒 ) 그룹과 스마트팜 조성 협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역시 스마트팜은 대세가 됐다.

중국 치엔잔삽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18 년 203 억 위안에서 2020 년 268 억위안 ( 한화 4 조 5,000 억 원 정도 ) 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럼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농업을 두고, 짐 로저스는 왜 한국의 미래 산업이 농업이라고 했을까.

그간 중국의 곳곳을 다녀본 우리가 로저스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지역적 특성에 있다.

중국은 960 만 평방킬로미터의 육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땅 위로 흐르는 물을 먹어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는 지역은 손에 꼽는다.

한국과 가까운 동북 3 성이나 후베이성 선농지아, 후난성, 쓰촨성, 푸젠성 일부를 제외하고는 석회질 등으로 인해 지표수를 먹으면 안 된다.
물 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국의 특산품인 고려인삼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산동성은 고려삼을 자체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정관장 등 한국 인삼제품은 인기를 더 키워가고 있다.

중국 마트에서 만나는 중국 농수산제품의 가격이 한국과 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지의 인건비 상승 탓도 있지만, 중국 하이엔드 ( High - End ) 소비층의 증가에도 원인이 있다.

대도시에 아파트 몇 채를 갖고 있어 자산이 수십억 원씩 되는 소비자들은 가능하면 안전하고, 영양가 있고, 몸에 좋은 식자재들을 찾는다.

약재 역시 비슷하다.

한국 인삼의 효능이 좋듯이 당귀나 오가피 등 모든 약재가 한국에서 생산될 때, 더 좋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은행잎이 다른 나라에서 자란 은행잎보다 20 배에서 100 배나 많은 징코민 성분을 생산하듯이 다른 약재들도 그런 약성의 차이를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체계적으로 농수산물이나 약재를 관리한다면 농업은 한국의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반도체나 조선, 스마트팜 등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지 만, 한국이라는 땅이 가진 가치를 추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산물의 경우 땅이 작용하는 것보다는 영향이 적을 지라도 한국의 섬을 활용한 수산물들은 중국이라는 시장에서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럼 한국 농업이나 수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야 미래 산업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 농업의 중심지는 관련 공기업들이 이전한 전남과 전북이다.

특히 무안공항과 목포신항 등을 갖춘 전남 서남부 지역은 한국 친환경 농산물의 50 % 와 수산물의 60 %, 해조류의 90 % 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의 농업은 아직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주로 쌀 생산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생산성 자체를 잃고 있으며, 다양한 경작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전남 지역에는 중국 하이엔드 층을 대상으로 한 농업 단지의 육성이 가능하다.

이들을 상대로 하는 상품은 친환경, 유 기농 등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종자부터 생산, 관리, 가공, 유통의 전 과정을 QR 코드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급속히 늘어나는 허마셴셩 등 첨단 식품 매장은 이런 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약재의 경우 더 큰 가능성이 있다.
전라남북도는 물론이고 강원도, 충청권 등은 약재 생산 기지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중국 약재에 대한 정보나 종자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우리가 독점하기보다는 중국측과 협업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중량그룹이나 통런탕 ( 同仁堂 ), 톈스리 ( 天士力 ) 등과 협력할 경우 손쉽게 중국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되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의 산하기관들도 협업이 필요하다.

이런 대중국 미래 농업 등은 굳이 젊은 층이 나설 이유는 없다.

농기계가 다양하게 보급되고, 렌털도 활발한 만큼 100 만 세대들이 인생 2 모작으로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플랜 전체가 잘 기획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특수작물 재배는 수없이 악몽이 되풀이 되어 왔다.

십여 년 전부터 큰 수확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되어 적지 않은 농가가 나선 아로니아나 블랙베리 등이 최근에는 그런 전철을 되밟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요처를 파악하고, 미리 마케팅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두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약재나 특용작물이 중국의 시장으로 제대로 넘어간다면 큰 가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도 녹록한 것은 아니다.
우리 농가에서 오랫동안 중국 수출을 노력하 던 파프리카도 최근에야 수출 허가를 받았다.

약재 역시 품목 등에 따라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일 자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만 한다.

또 다른 미래 사업은 관광산업이다.
사드 발표 전인 2006 년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807 만 명이었다.

크루즈 관광객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인들의 무질서에 대한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이곳에도 다양한 미래 사업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수년 안에 한중 관광은 다시 정상적인 상황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득 격차가 작아지면 자연스럽게 두 나라 비자 면제의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다양한 관광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짐로저스가 일본과 달리 한국이 기회가 있다고 본 이유는 이런 측면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의 문이 열려 금강산 등 추가적인 자원이 확장되고, 북한을 통과하는 고속열차가 개통되면 한중 간 이동 인구는 더욱 많아지고,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앞으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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